밖을 나서면서 봄기운을 느낀다.
그러나 내 마음 안쪽은 아직도 차가운 지하 시멘트벽처럼 차고 축축하기에
그 안과 밖의 부조화에 불편함을 느낀다.
따사로운 햇살과 파릇한 봉우리들을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기에는 어딘가 불편한 봄.
인연이 다하여 떠나는것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되지만
그 소중한 인연의 수명을 길게도 짧게도 할 수 있는 것은 내 몫인데
역시 아직 나는 역량과 내공이 부족한것인가, 하는 생각에
봄이 오는 소리에도 마냥 즐겁지만은 못하다.
내가 나를 잘 아는것만큼 사람을 만나는데에 필요한 덕목도 없는 듯 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알고있던 나'는 그저
허울에 불과했음이 이번 만남을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졌고,
그 여러겹의 가면을 쓰고 꽁꽁 숨겨져 있던 '진짜 나'는
그 두터운 가면 아래에서 충혈된 눈으로 혼자 울고있었다.
아무도 찾지않는 어둠속에서 꽤 오랫동안 울고있었나보다.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그렇게 힘든줄도 모르고 방치해둔 내 탓이다.
그녀가 보낸 많은 신호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무시해온 내 탓이다.
진실된 마음은 그렇게 나로부터 버려져서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 결과, 마치 나에게 벌이라도 주려는듯 매우 왜곡되어 추잡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내 모난 말과 행동으로 상처 입힌 사람이 벌써 하나, 둘.
그들을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든 회복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때면
심한 죄책감에 자책한다.
나는 용서받을수 없는 사람인가.
나란 사람이 그들의 부정적인 기억들 무리로 분류되기란 불가피한가.
누군가의 씁쓸한 기억 속 주인공이 되는것은 누구라도 원치않는 일이다.
'진짜 나'의 마음을 인정하기 시작하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미 너무 늦었지만, 돌이킬수 없을만큼 멀리 와버렸지만, 애꿎은 이들에게 상처주는 꼴이 되었지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당분간은 다른 그 어떤이도 마음에 들이지 못하겠지.
이제는 확실히 알았으니.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이가 누구인지.
다음 번 사랑이 온다면 그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리라.
그가 곁에 있을때도 가슴 아파하고, 지나고 나서도 혼자 아파하는 일 없도록.
- 2012/03/0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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